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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유언

작성자 운영자(ip:)

작성일 2019-10-09

조회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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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가장 아름다운 유언

                                            - 윤원진 신부. 대구 파티마병원 원목 -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어라(마태 28.16-20)

병원 원목신부인 나는 종종 환자들을 방문하여
함께 기도를 드린다.
환자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 축복을 줄 때면
신자가 아닌데 간절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는 환자가 있어
기도 해드릴까요? 했더니 흔쾌히 좋다고 대답했다.
성호경도 그을줄 모르는 그분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기도했다.

어느 날 그분이 가톨릭 주요기도문을 보며 기도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것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해주는 기도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간호사에게 가져다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천주교 신자가 될 마음이 있으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나는 호스피스 환자라 언제 죽을지도 모른데
어떻게 천주교를 배울 수 있겠습니까? 했다
신자가 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수녀님과 함께 교리를 배워보라고 권했다.

이후 그분은 더욱 열심히 기도했다.
상태가 악화되어서 숨을 몰아쉴 때에도
손에는 묵주가 들려있었고.
조금 나아졌을 때는 환하게 웃으며
기도하면 마음이 편해져요..했다.
우리는 흔히 바치는 주님의 기도도 그분은 더듬거리며
정성스럽게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기도했다.

그날 밤. 그분이 위독하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강의를 하러 다른 곳에 있던 터라 다음 날
아침 서둘러 찾아갔더니 인공호흡기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제는 의식도 없고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도 나누었다고 했다.

나는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고 천천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기도하고 강복을 드렸다.
그리고 돌아서는데 아주 작은 소리로
신부님. 감사합니다..하는 것이었다.
모여있던 사람들은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의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신부님 감사합니다..하고는
성호경을 긋는 것이었다.
나는 그분에게 다가가
신자가 되고 싶어요? 했더니 그분은 힘겹게
네...했다.

형제님의 간절한 소망을 하느님께서 허락하실 것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기도하며 준비하셨으니
세례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제까지 수없이 많은 세례식을 집전했지만
이토록 한마디 한 마디..
동작 하나하나에 신중했던 적이 없었다.
나의 몸짓 하나하나를 눈으로 따라오며 함께 하는
신자를 아주 가까이서 보았기 때문이다.

세례식을 마치자 부인이 펑펑 울며
제게 같이 신자가 되자고 했을 때
저는 나중에 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남편이 그럼 내가 세례를 받게 될 때
내 곁에 있어 줄래요? 했었어요.
지금 남편의 소망이 이루어졌네요.

나의 가장 기쁜 순간에 나와 함께 있어 주세요.

이 말은 내가 이제까지 들어본 중에
가장 아름다운 청원이며. 유언이고 신앙고백이다.
그리고 최고의 선교가 아닐까..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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