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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불빛이

작성자 운영자(ip:)

작성일 2020-03-31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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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그때 그 불빛이


(한상우 신부.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3월 넷째주 사순 제4주일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9.1-41)


고2때. 아버지의 술 문제와 나의 진로문제로 누구에게도

위로받을 수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늦은 밤 고향 호산공소를 찾았다.

불 꺼진 공소에 창문을 열고 넘어 들어가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아프게 기도했다.


하느님. 너무 힘들어 죽겠습니다.

하느님이 정말 계시다면 징표를 보여주십시오.


그때. 늦은 밤인데다 유턴할 장소도 아니었는데.

유턴하는 차의 강렬한 불빛이 캄캄한 공소의 십자가를

환하게 비추어 주었다.

그날 나는 새로운 빛을 보았다.

그때의 그 감격과 눈물...

그 빛이 아직도 나를 이끌고 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와 두려움으로

내적 소경으로 살았던 나는 그 빛을 보고 마음을 정했고

아픈 방황을 끝낼 수 있었다.


주님을 망각하고 욕망의 소경이 된 내가

주님을 다시 찾으니 참된 치유가 시작되었다.

나의 눈먼 마음이 치유되어야 나뿐만 아니라

상대의 아픔도 보듬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나는 그때까지 아버지의 아픔을 보듬어준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아픔과 고통 없는 빛은 없다.

세상의 빛은 심판과 단죄에서 벗어나 감사로 나를 이끈다.

서로의 존귀함을 깨우쳐준다.


그리스도께 아팠던 모든 시간을 봉헌했다.

그 빛의 힘으로 거짓된 시간을 떠나보냈다.,

그동안 내면의 참 기쁨을 많이도 놓치며 살았던 것이다.


주님께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내면을.

추악하고 흉측한 내면을 드러낸 그 시간.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내 내면을 향해 빛을 비추는 것이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렇다!
고통과 사랑은 언제나 함께 하는 신비로운 동반자다.

고통 없는 사랑과 사랑 없는 고통은 있을 수 없다.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소명에 충실한 예수 그리스도.

고통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세상의 빛을 만난다.

세상의 빛은 우리를 익어가게 한다.


세상의 빛은 사랑의 힘으로 고통을 품어 안는다.

빛을 잃은곳에서 빛을 다시 찾게 된다.


사순 시기는 빛을 찾고 빛을 맞아들이는 시간이다.

주님의 뜻과 계획을 받아들이는 겸손의 시기이다.


아직도 비뚤어지고 병든 나의 마음을

바로잡아주시길 기도한다.

세상의 빛은 우리의 눈먼 마음을 다시 환하게 밝히신다.

빛 안에서 십자가의 여정을 충실히 걸어가는 것이

치유와 정화임을 믿는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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